미국 정치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GIANTS 법안, 미국의 진짜 의도는?

usakorea 2025. 6. 14. 01:15

요즘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걸 보면 그냥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상원에 제출된 ‘GIANTS 법안’—정식 명칭은 “Guiding and Innovation Alignment for National Tokenized Stability”—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름부터가 웅장하다. 근데 진짜 중요한 건 이 법안이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자국 금융 시스템에 편입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 이제는 무시 못할 존재

처음 스테이블코인이 나왔을 땐 대부분 USDT(테더)나 USDC(서클) 같은 몇몇 프로젝트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2024년 말 기준으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1,600억 달러를 돌파했고, 특히 DeFi에서의 사용 비중은 압도적이다. 달러 기반 거래의 80%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현상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달러를 발행하면 그 파급력이 글로벌로 퍼졌지만, 스테이블코인이 민간에서 발행되기 시작하면 그 파급력의 통제권을 일부 민간이 가져가는 셈이다.

GIANTS 법안의 핵심: 민간은 발행하되, 정부는 통제한다

GIANTS 법안은 표면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재무 건전성 보장”이나 “투명한 준비금 운영” 같은 그럴듯한 내용으로 포장돼 있다. 하지만 핵심은 발행 인가제를 도입하고, 연방준비제도(Fed) 또는 OCC(통화감독청)의 감독을 받게 만든다는 점이다.

즉,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만약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탈중앙화를 지향했던 암호화폐 철학은 스테이블코인에서는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포인트는, 이 법안이 외국 기업이나 기관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추가 보고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혹은 홍콩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왜 지금인가? 미국의 속내

시기를 보면 타이밍이 절묘하다.
2025년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다시 붙는 재대결 구도에서, 공화당은 ‘탈규제’를 외치고 있고 민주당은 ‘소비자 보호’를 앞세우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암호화폐 시장이고, 그 중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다.

여기에 국제 금융 패권도 걸려 있다.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달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미국은 디지털 달러(CBDC)를 발행할 가능성은 열어두되,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반(半)공공재처럼 관리하려고 하는 듯하다.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될까?

가장 먼저 영향 받는 건 당연히 테더(USDT)와 서클(USDC)이다.
특히 테더는 해외 기반이라 미국 규제를 직접 받지 않지만, 미국 내 거래소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서클은 이미 미국 규제 당국과 협업 중이어서 오히려 수혜를 볼 수도 있다.

또한, 크립토 프로젝트들이 발행하는 자체 스테이블코인도 사라지거나 미국 내에서는 사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MakerDAO의 DAI나 Frax 같은 탈중앙형 스테이블코인들은 **‘비인가 발행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돼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자유냐 통제냐

나는 이렇게 본다. 미국은 이제 선택했다.
암호화폐의 탈중앙화를 받아들이는 대신, 달러의 디지털 패권을 걸고 ‘중앙화된 통제’를 선택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을 그냥 두면 CBDC가 필요 없어지니까, 차라리 민간 발행을 통제해서 디지털 달러의 프록시처럼 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디지털 금융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진짜 싸움이라는 걸 우리는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이 싸움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투자자와 개발자, 사용자에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